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에서 한학기 교환학생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애리조나 교환일지]는 이 글을 끝으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후기를 읽기 전~
미국이란 땅은 정말정말 넓다. 그래서 내가 쓴 후기가 다른 지역에서는 적용 될 수 있고, 안 될 수 있다. 다른 주까지 파악하기에 한학기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동부와 서부가 다른 나라처럼 다르고, 같은 서부라도 주마다 법도 다르고, 기후가 달라서 정말 차이점이 많다. 그래도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와 다른, 기억에 남았던 차이점을 위주로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같은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를 다녀도 나와는 느낀 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열 명이 가면 열 개의 다른 느낀 점이 있는게 정상이다. 그럼 후기!!
1. 대학교 생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자랐던 미국인들과 한학기에서 일년만 다니는 교환학생들과의 대학생활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나라의 정서를 깊이 이해하기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본토 미국인들과 어울리기도 나에겐 쉽지 않았다. 물론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가능할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나처럼 교환학생을 온 친구들이거나 아니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수업 시간에도 친구들을 만났지만, 정말 미국인 친구랑은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교환학생으로 우리 학교에 온 외국인이 많았는데, 그들과 대화는 주고 받았지만,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아마 서로에게 약간의 장벽이 있지 않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얘기하면 한국보다 널널하다. 물론 하버드나 예일대는 정말 빡빡하겠지만, 교환학생으로 하버드나 예일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수업도 널널하고, 교수님도 훨씬 편하게 접근 할 수 있다. 전공 수업이나 교양 수업은 한국에서 했던 것만큼만 하면 상위권이다. 다만 숙제가 많다. 그날 그날 숙제가 한국보다 많다. 대신 시험 비중이 좀 작다. 수업 분위기도 정말 편하다. 수업하면서 음식 먹는 학생도 있고, 발을 책상에 올리고 듣는 학생도 있다.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한다. 수업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겠지만, 토론식 수업을 많이 한다. 학생이 질문하면, 교수님이 다시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고, 교수님은 답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왠만하면 질문을 안하는데, 여기서는 계속 질문한다. 사소한 것까지도. 그리고 교수님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정말 잘 이용한다. 한국에도 있지만, 조교가 대신 문제 풀어 주거나, 상담 시간이 아니면 잘 이용안했는데, 미국은 정말 사소한 숙제 질문 하나도 오피스 아워를 통해서 교수님께 바로 질문한다. 또 교수님들이 이메일 소통을 활발히 한다. 한국에서는 교수님께 이메일보내면 적어도 하루 길면 일주일이 넘게 걸리는데, 여기서는 이메일 보내면 거의 바로 온다. 내가 들었던 수업 중 하나는 시험 바로 전날, 시험 문제에 대한 질문을 교수님에게 했던 학생이 있다. 근데도 교수님은 바로 답해줬다. 그리고 시험날 와서 이메일로 문의하는 건 좋은데, 제발 시험 전날 보내지 말라고, 자기가 어제만 수십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도 메일을 하나하나 답장 다 해주신 교수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대학교 근처는 한국의 대학로처럼 뭔가 시끌벅적하고 음식점이나 술집이 많지는 않다. 이 것도 서부와 동부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대학교가 그냥 넓은 땅덩어리에 학교만 덜렁있고, 주변은 그냥 밭이거나 주택가이다. 내가 다닌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는 다행히 근처에 뭐가 많았다. 영화관 술집 음식점 등... 그래도 서울의 대학가를 생각하면 훨씬 부족하다. 대학교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한국의 제일 큰 대학교보다 큰 것 같다. 캠퍼스가 엄청 넓어서 그 안에 지하철도 다니고, 술집도 있고, 스타디움도 있고, 다 있다. 학식은 한국이 더 다양하고 맛있었다. 내가 다닌 곳에는 학식이 프렌차이즈 페스트푸드와 스시, 중국식 볶음밥, 멕시칸 음식점이 있었는데, 다 외부에서 들어온 가게였다. 학교 자체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없었다. 그리고 가격도 비싸다. 대학교 교재도 엄청 비싸다. 그냥 책은 저렴한데, 대학교 교재만 유독 비싸다. 그래서 나는 다 대여해서 봤는데, 그래도 비쌌다.
스포츠 활동. 대학리그가 정말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대학 경기는 거의 보는 사람만 보지만, 미국은 풋볼, 농구, 아이스하키, 야구의 대학리그가 정말 활발하다. 그만큼 리그 수준도 높고, 드래프드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 왠만한 대학은 다 풋볼 대표팀이 있고, 경기장도 있다. 마치 유럽의 엘클라시코처럼 대학 리그도 더비가 있고, 라이벌이 있다. 보는 사람이 많고, 역사가 깊으니 스토리도 많다. 대학 리그가 활발히 진행되니까, 그에 따라서 치어리더, 마칭 밴드(Marching Band)도 엄청 규모가 크고, 활발하다. 마칭밴드, 치어리더 역시 선수들 못지 않게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그 학교를 졸업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 손자 손녀 데리고 대학리그를 보러가는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대학리그는 지역의 큰 행사라서 교통 통제는 물론, 경기를 보려고 문을 닫는 가게도 많다.
동아리 활동. 동아리 종류가 정말 많다. 물론 한국 대학교도 동아리가 정말 많긴 하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남학생/여학생 사교클럽(Fraternity/Sorority)이다. 주로 미국 대학이 배경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나오는 사교 동아리가 대부분 이 것이다. 동아리 이름이 그리스 문자로 되어있는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서 알파 파이 제타. 그냥 모여서 파티하고, 밥 먹고, 여행하고, 운동하는 동아리인데, 이게 학교에서 얼마나 인기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된다고 한다. 사교클럽도 굉장히 여러개 있는데, 그 클럽에도 급이 나눠져 있다고 한다. 가장 상위 클럽이 인기있고, 재밌고, 부자인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를 소개할 때도 ~클럽에 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내가 겪은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면 교환학생으로 이런 클럽에 들어가는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 어릴 때부터 살아야지 넘을 수 있는 장벽인 것 같다.
숙제. Chegg라는 숙제 솔루션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솔루션마다 사용자의 평점도 달리고, 자세한 코멘트도 있어서 거의 오답이 없다. 그리고 왠만한 대학 강의 교재의 답은 다 나와있다. 같이 강의 듣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이 쓰고 있었다. 거의 다 쓰고 있었다. 한달에 15$ 정도 내야지 사용할 수 있다. 공대생이라면 그냥 이걸 쓰는 걸 추천한다. 솔루션 찾는게 공대생의 시작인데, Chegg를 일단 사놓고 보면서 공부하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2. 일상 생활
미국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눈인사를 참 많이 한다. 우리나라는 눈을 마주치면 약간 경계하게 되는데, 미국은 웃는 모습으로 마주쳐서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가끔씩은 길 가다가 그냥 How are you? 라고 인사를 한다. 나는 처음에는 어색해서 고개 숙이는 한국식 인사를 하곤 했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됐다. 마트나 가게를 가도, 점원이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날씨 어떠냐, 너 카메라가 예쁘다, 모자는 어디서 샀냐, 티셔츠 예쁘다, 그 술 맛있다(술을 사는 경우에)... 이렇게 그냥 바로바로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이런 문화는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인사를 할 때 나는 Hi, Hello를 자주 쓸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How are you?, How are you doing? 으로 시작한다. 해석을 하면 잘 지내? 인데 그냥 대화를 시작하는 인사로 사용한다. 나는 처음에는 정말 이 친구가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줄 알고, 자세히 대답해주려 했는데, 그냥 Good, Doing well로 대답하는 형식적인 것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Jan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How are you?라고 물으면 그냥 인사라고 생각하면 되냐고. Jan의 대답은 재밌었다. 원래는 안부를 묻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너가 무슨 대답을 하든 신경 안쓴다고. 그냥 인사가 맞다고. 근데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How are you?로 인사하는 것에 불만인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어차피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대답해도 아무 신경 안쓰면서 왜 그렇게 물어보냐고.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인사는 how are you로 많이 쓰더라.
반려동물.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정말 많이 키우고, 정말 아낀다.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도 정말 잘 되어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반려동물 시설이 정말 많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안사용하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는데 정말 인생을 같이하는 친구로 생각한다. 한국도 점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시설도 많아지고 있다. 아마 곧 미국처럼 될 것 같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특히 반려견을 위한 공간이 정말 많다. 대형견, 소형견을 위한 지역 강아지 놀이터가 있다. 그리고 요일별로 강아지 사교활동 시간도 다 정해져있다. 하이킹 코스나 트레킹 코스도 반려견을 위한 배변 봉투나 반려견 관리 요령까지 다 자세하게 적혀 있다. 반려견이 출입 가능한 트레킹 코스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개반 사람반이다. 대형견도 정말 많다. 한국도 대형견이 많지만 아무래도 아파트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으니까 소형견을 많이 선호하는데, 미국은 마당이 넓으니까 대형견이 많다. 무슨 늑대처럼 큰 대형견도 정말 많이 봤다. 근데 이렇게 강아지를 사랑하는 미국에도 강아지에 관한 법은 매우 엄격하다. 개가 사람을 물어서 그 피해가 심하면 경찰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기도 한다. 주마다 다르지만, 개가 물었을 경우 개 주인에 대한 법도 강력하다. 목줄을 하고 다니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한국도 점점 반려동물이 많아지니 그에 대한 법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밤에 돌아다니기.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은 밤에 돌아다니기가 무섭다. 가로등 불빛이 없는게 정말 크다. 그리고 총기소지가 가능하니, 뭔가 더 무섭다. 밤 11시만 넘어도 거리가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다. 한국은 밤 11시에도 한창인 거리가 정말 많은데. 애리조나에서는 자전거타고 밤에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사고는 없었다. 근데 정말 인적이 드물긴 하다. 한국보다는 밤 늦게나 새벽에 다니는 걸 많이 조심해야 한다.
버스 기사도 한국이랑 많이 다르다. 버스 기사가 굉장히 말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날씨 얘기, 도로 얘기, 뉴스 얘기 등...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유쾌하게 손님들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가 있던 애리조나의 버스는 굉장히 여유로웠다. 정차를 하면 사람이 다 내리고, 다시 타서 앉을 때까지 출발을 안했다. 카드를 찍거나 동전을 내는 것도 다 기다리고 출발한다. 정말 여유롭고, 그에 대해서 아무도 급하니까 빨리 가자고 말을 안했다. 근데 LA나 동부의 대도시는 약간 달랐다. 한국의 버스와 비슷했다. 차 타면 카드도 찍기전에 이미 출발하고.
미국은 핸드폰 인터넷이 느리다. 통신사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그래도 한국이 정말 빠르다. 이 것도 역시 땅이 너무 넓어서 모든 지역을 커버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 쓰다가 가면 정말 느리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통화권을 벗어나는 지역도 많다. 한국에서는 지하로 깊이 가지 않는 이상 거의 통화권을 신경 쓸 일이 없다. 미국에서는 도시에 있어도 가끔씩 통화가 약해지는 곳이 있다. 1bar, 2bar 이렇게 통화 표시를 나타내는데, 도시에서도 1bar 인 경우가 가끔 있었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건건데, 한국이 유난히 잘 되는 것 같다.
미국은 장애인에 대한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다. 그리고 그만큼 장애인분들도 많이 활동한다. 공항에서도 장애인분들이 근무하는 걸 많이 봤다. 그리고 버스를 탈 때도, 휠체어를 가지고 타려고 하면, 버스 기사가 계단을 내리고 밖으로 가서 휠체어를 밀어주고, 자리를 변형시켜서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미국의 대부분 버스가 이 기능이 있고, 그걸 사용하는 걸 정말 많이 봤다. 근데 한국에서는 그런 기능을 실제로 사용하는 걸 거의 못봤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체력 단련 시설도 잘 되어 있다.
운동. 미국은 운동을 정말 많이 한다. 물론 비만율도 정말 높아서, 비만인 사람은 정말 거동이 불편해 보일 정도로 비만이다. 하지만 건강미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평균적으로 근육량이 한국에 비해서 많다. 남녀 상관없이. 헬스장에 가면 나보다 무거운 무게를 가뿐히 드는 여자분도 정말 많이 봤다. 그리고 헬스가 일상화 되어있어서, 길거리에서도 요가팬츠, 민소매, 탱크탑 입고 돌아다니가 바로 헬스장가서 헬스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살 빼는 운동을 많이 하는데, 여기는 진짜 건강미를 위한 운동을 많이 했다.
하이킹도 정말 많이 한다. 한국에서는 등산하면 주로 부모님들이 가자하고, 젊은 사람들은 거의 안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남녀노소 등산을 정말 많이 한다. 뛰어서 등산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애리조나라서 바위산이 정말 많았는데, 바위산이든, 나무산이든 가리지 않고 다 등산해버린다. 산악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정말 많다.
프로 스포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은 대학리그가 정말 활발하다. 그만큼 프로 리그도 정말정말 규모도 크고 활발하다. 야구, 농구, 풋볼은 거의 세계 최강이다. 농구와 풋볼은 특히 미국에서 수요와 공급도 제일 많고, 잘하기도 제일 잘한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는 축구, 농구, 야구, 배구 크게 4가지가 있는데, 연고지에 프로팀이 있어도 경기를 안보는 사람이 많다. 근데 미국은 왠만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팀이 한개는 무조건 있다. 그래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티비 틀어놓고 가족들이랑 같이 보거나 경기를 직접 보러 경기장으로 간다. 풋볼 리그 결승전은 아예 슈퍼볼 선데이로 정해서 국가의 행사가 되었다. 미국의 프로 스포츠가 이렇게 관중이 많고 발전한 이유도 다 대학 리그가 활발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은 K리그(축구)가 너무 인기 없어서 문제인데,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억지로 K리그를 보러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학 리그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대학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프로 리그로 가니까, 프로 리그도 인기가 많아 질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는 대학 리그도 정말 인기가 없다. 결론은 일반인 스포츠를 확대하는게 답인 것 같다. 미국의 대학 리그가 인기가 많은 것도 그만큼 일상에서 사람들이 운동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상에서 국민들이 운동을 더 즐기게 되고 많이 찾게 되면 그 때 자연스럽게 대학 리그가 발전할 것이다.
3. 미국 가정집
내가 대학교 기숙사에 살았다면 기숙사에 관한 후기를 남겼겠지만, 나는 그냥 가정집에 홈스테이를 해서 가정집 후기를 남기려한다. 대부분 이층집이 많다. 미국 시트콤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주로 2층에 살고 안방은 1층에 있고, 가끔씩 다락도 있고, 앞마당, 뒷마당, 차고까지 있으면 전형적인 미국 가정집이다. 마당에는 잔디나 화단을 가꿔서 주말이면 잔디깍기 기계로 깍는데 일상이다. 울타리도 가끔씩 관리한다. 그리고 차고에는 항상 안쓰는 운동기구나, 버릴려다가 만 골동품을 잔뜩 쌓아놓는다. 기본적으로 땅이 넓은 나라라서 가능한 듯하다. 한국은 땅이 너무 좁아서 아파트에 대부분 살게 된다. 미국도 대도시로 가면 아파트 비중이 높아진다.
욕실. 미국 욕실은 한국과 다르게 바닥에 배수구멍이 없다. 그래서 바닥에 물이 튀기면 안된다. 그렇기에 미국 영화에서 보면 욕조에 전부 커튼이 달려있는 것이다. 커튼으로 물이 화장실 바닥에 튀기는 걸 막는다. 한국에서는 욕실바닥을 물청소로 하고 배수구로 흘리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물을 몇번 흘렸다. 근데 Jan이 이렇게 흘리면 흘릴 때마다 걸레로 닦아야 한다고, 커튼을 꼭 치고 샤워하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욕조에서 물기를 다 닦고 화장실로 나오면 된다.
주방이 넓어서 좋다. 근데 이건 한국의 넓은 아파트에 가면 똑같다. 아일랜드 식탁으로 알려져있는, 대리석 식탁이 부엌 용으로 있고, 가족들이 밥 먹는 테이블은 또 따로 있다. 그래서 간단하게 밥을 먹을 때는 아일랜드 식탁에서 먹고, 가족이 모일 때는 가족 식탁에서 먹는다.
이젠 다들 알고 있는 집 안에서 신발 신고 다니기. 근데 사람에 따라서 아예 밖에서 신던 신발로 침대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있고, 그냥 실내용 슬리퍼로 바꿔 신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한국처럼 신발장이 집 현관에 있진 않다. 나 같은 경우는 신발장은 자기 방에 따로 있었다. 방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거실로 갔다.
세탁기. 미국은 한국과 세탁기가 약간 다른다. 교반식 세탁기라고, 세탁기 중앙에 큰 봉이 있다. 한국의 세탁기는 중앙이 그냥 비어 있는 와류식 세탁기거나, 드럼 세탁기이다. 세탁은 다 비슷비슷한데, 교반식 세탁기가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 거의 안쓴다고 한다. 그리고 건조기도 거의 다 집에 있다. 마치 집이지만 동전 세탁소를 이용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면 편하다.
거의 모든 집이 마당이 있어서 할로윈, 크리스마스 때는 마당을 정말 정성들여서 꾸민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한달 전부터 준비해서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나게 정원을 꾸미고, 밤에는 불도 밝힌다. 주로 집안에 아이들이 어릴수록 크리스마스 트리가 더 화려하다.
식기 세척기. 한국에는 아직 식기 세척기를 많이 쓰지 않는데, 미국에는 왠만하면 한 대씩 다 있다. 근데 식기 세척기 세척력이 생각보다 좋지는 않았다. 손으로 설거지하는게 가장 깨끗하긴 하다. 그래도 설거지 거리가 너무 많으면 대충 한번 물로 헹구고 식기세척기에다 넣어서 사용하더라.
에어컨. 한국은 대부분의 가정집 에어컨이 스탠드형 에어컨이다. 그리고 집이 넓으면 스탠드형 에어컨을 여러대 둔다. 하지만 미국 가정집은 대부분 천장에 들어가 있는 형식이다. 집 천장에서 공기가 순환해서 방마다 천장으로 뚫려있는 구멍으로 찬공기가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주로 대형 건물 냉난방 시설에 사용된다. 집이 넓으면 아무래도 에어컨을 여러대 둘 수 없으니, 천장 에어컨이 편한 것 같다. 또 한국은 대부분의 난방 시스템이 바닥에도 온돌을 놔서 따뜻하게 하는데, 미국은 그런 것 없이 천장 에어컨으로 난방까지 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음식물 분쇄기. 정확한 명칭이 뭔지 모르겠는데, 싱크대 수챗구멍에 있는 버튼 누르면 음식물을 갈아버리는 기계이다. 그렇게 갈아서 하수도로 내려보낼 수 있다. 가끔 영화에서 수챗구멍 청소하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서 다치는 경우를 봤는데, 그 버튼이다. 한국에도 점점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근데 내가 Jan이 주방 청소하는걸 많이 봤는데, 거의 음식물 분쇄기를 쓰지 않았다. 하수도로 내리는 건 거의 없고, 그냥 다 쓰레기 통에 버렸다.
4. 소비
미국의 식당 물가는 확실히 한국보다 비싸다. 거의 2~3만원은 써야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거의 안갔다. 대신 식료품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하다. 많이 저렴한 건 아니고, 10% 정도 저렴한 것 같다. 스테이크 고기는 더 저렴했다. 미국은 많이 사면 저렴해지는 정도가 정말 크다. 스테이크나 돼지 뒷다리살도 정말 10Kg 정도 사가면 정말정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음료수나 과자도 수십 캔, 수십 봉지를 한번에 사고, 쌓아놓고 먹는다.
팁 문화. 팁 문화는 처음에 정말 적응이 안됐다. 팁을 왜 주는지 이해는 했지만, 돈을 주려하면 손이 멈칫하게 된다. 미국에 오래산 친구들한테도 많이 물어봤고,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는데, 15~20%를 주는게 적당하다고 했다. 나는 항상 15%에 맞춰서 줬다. 그 이하로 주면 서빙했던 직원이 자기가 뭔가를 잘못한 줄 안다고 했다. 이런 팁 문화는 유럽에도 거의 없고, 미국에만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해주는 곳만 팁을 주라고 들었는데, 셀프 서빙인데도 팁을 요구하는 곳이 있었다. 보통은 팁 박스만 두는데, 어떤 곳은 팁을 달라고 눈짓을 주기도 했다. 이것도 역시 가게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특이한 곳이 한군데 있다. 바로 뷔페이다. 뷔페는 직원들이 접시도 치워주고, 주문도 받지만, 팁은 항상 1달러로 고정이다. 아마 뷔페 특성상 한 테이블만 관리하기도 어렵고, 음식은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기 때문에.... 하지만 사람마다 달라서, 뷔페라도 똑같이 15% 넘게 팁을 주는 사람도 있다.
옷. 음식과 비교했을 때, 옷은 저렴하다. 특히 아울렛에 가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옷을 살 수 있다. 한국이 유난히 비싼 것일수 있는데, 재고 창고에서 쌓여있는 옷을 팔아서 그런지 정말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브랜드가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미국에서 쇼핑을 더 할껄이라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삼성, 엘지 제품이 정말 저렴하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현대차와 기아차도 미국에서 사는게 더 저렴하다. 갤럭시폰이나 엘지 티비도 미국이 훨씬 저렴하다. 근데 교환학생이 미국와서 현대차나 엘지 냉장고 살 일은 없다.
미국 마트나 편의점에서 카드로 결제를 할 때는 카드를 점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셀프 계산대처럼 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손님이 직접 꼽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계산하고 카드를 점원에게 주는게 습관이 되어서 한동안 미국에서도 점원에게 카드를 주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거기 리더기에 집어넣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카드로 결제하면 터치 스크린에 Cashback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나는 처음에 클릭하면 돈 더내는 건줄 알고 클릭 안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에이티엠처럼 현금을 뽑아주는 것이었다. 수수료가 따로 안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5. 여행
미국을 여행하려면 간단히 말해서 서부와 중부는 자동차로, 동부는 대중교통이 좋다. 대중교통으로 서부를 여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플릭스 버스를 타고, 구글 맵으로 대중교통을 검색하면 다 가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로 여행하는게 더 편할 것이다. 차를 타고 도로 한가운데 내려서 서부의 황량함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서부는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처럼 유명한 도시도 예쁘지만, 작은 도시도 정말 예쁜 곳이 많다. 근데 그런 곳을 가려면 차가 있어야지 역시 편하다. 기본적으로 서부는 마트만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 많다. 반면 동부는 한국과 비슷하다. 편의점도 꽤 많고, 마트도 많고, 아파트도 많다. 그리고 지하철도 잘 되어있다.
지하철. 지하철이 잘 되어있긴 한데, 한국에 비하면 정말 더럽다. 여러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는데, 뭔가 음침한 느낌이 난다. 미국은 지하철을 워낙 일찍부터 지어서 그런지 낡은 느낌이 많다. 그리고 환승역 체계도 한국이 훨씬 좋다. 그리고 지하철에 노숙자도 좀 있다. 모든 지하철에 다 있진 않고, LA 지하철에 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와이파이가 안된다.
버스. 버스도 역시 서울이 더 편하다. 노선도 별로 없고, 환승 시스템도 잘 안되어 있다. 내가 사는 애리조나는 버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
우버. 택시는 거의 없고 우버나 리프트를 많이 탔다. 미국 전역에 걸쳐서 우버와 리프트가 대세이다. 택시는 도시가면 있긴 있는데, 누가 타는지 잘 모르겠다. 우버와 리프트도 팁을 주는 페이지가 있는데, 나는 거의 안 줬던 것 같다.
숙소. 숙소는 내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결과, 부킹닷컴과 에어비앤비 두개를 비교하면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도시마다 특성이 달라서, 어느 도시는 에어비앤비가 좋고, 어느 도시는 부킹닷컴이 좋아서, 그냥 둘다 비교하면서 숙소를 예약하면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 영어
처음에 교환학생을 간 목적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렇게 성공적이진 못했다. 그래도 한학기를 지내고 나니, 가기 전보다는 확실히 늘었는데, 영어를 잘할 수 있는 팁보다는 영어에 대해서 느낀 점을 써보려고 한다. 확실히 언어는 어릴 때 배워야하는 것 같다. 나는 어릴 때 중국에서 일년 정도 살았는데, 그 후로 중국어를 거의 안했다. 근데 중국어가 아직도 들린다. 말하는건 아주 서툰데, 길 가다가 중국인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면, 그게 바로바로 들리더라. 반면에 영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12년을 계속 공부하고 이번에 한학기 교환학생을 해야지 겨우 들리기 시작했다. 막 들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조금 아쉽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조기유학 하는거였다.
영어 사용에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자신감을 뽑겠다. 처음에 미국 왔을 때는 사람들이 내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많이 소심했었다. 내가 한국에서 영어 배울 땐, 발음까지 고치는 영어는 해본 적이 없었다. 교환학생 끝날 때까지 발음은 거의 그대로였는데, Jan이 나에게 너는 발음이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고, 약간 억양이 어색할 뿐이라서, 못 알아듣는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말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그 후로는 상대방이 한번에 못알아들으면 다시 말하고, 다시 말해서 결국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발음도 미국인이랑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쨌든 발음때문에 영어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인 것 같다. 단어만 알아듣게 전달해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기에 그러면서 조금씩 다듬어 나가면 된다. 표준말 못한다고 해서 한국어를 못한다고 하지 않듯이. 다만 그러기엔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믿음과. 이렇게 계속 말해보니, 한국 올 때쯤 되어서 영어가 어느정도 들리기 시작했다.
영어 단어.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감만 있으면 뭔가 불안하다. 그래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단어이다. 문법은 그냥 대충말해도 다 전달이 된다. 격식있는 발표가 아니라면 왠만해서는 문법으로 지적을 안한다. 언어는 결국 어휘력이다고 말했던 언어 강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 말이 맞았다. 어휘가 풍부해야지 들린다. 그리고 한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유일한 강점이다. 우리는 발음과 리스닝은 안좋아도 단어는 정말 많이 외웠다. 그래서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단어들도 일단 한 번 봐두면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등장을 한다. Infantry가 보병이라는 단어인데, 내가 워싱턴을 여행할 때, 역사 문화재를 설명할 때 등장했던 단어이다. 근데 마침 나는 보병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알고 있어서 그 단어만 듣고도 군대랑 관련된 유적이라는 걸 알았다. 저 단어의 뜻을 모르면 리스닝이 잘 되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데, 리스닝이랑 발음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이런 식으로 영어를 했는데, 정말 영어가 많이 늘려면 나와는 다르게 단어도 매일 외우면서 영자신문도 보고, 또 영화 보면서 계속 발음 연습, 리스닝 연습을 해야한다. 하지만 저렇게 다 하려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저렇게 다 하면 영어가 정말 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결론은 딱히 없다. 그냥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는다. 결국 자신감을 가지고 서투르더라도 말을 계속 해야한다. 솔직히 한국인이면 수능 공부만 어느 정도 했어도 다 미국인과 대화할 수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감만 있으면.
7. 기타(tmi...)
미국 수건은 다 몸을 덮을 정도로 크다. 한국 호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큰 사이즈의 수건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쓰는 수건은 너무 작다고 거의 안쓴다. 샤워하고 큰 수건으로 몸을 다 가리고 나오는 용도로 주로 쓰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건 미국이 아니라 다른 유럽 나라도 그렇다고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모를 안써도 뭐라 안한다. 머리가 긴 사람들은 머리가 내려와서 어쩔 수 없이 쓰는데, 그게 아닌 이상 수영모 쓰고 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남자 기준 수영 바지도 몸에 달라 붙는게 아니라 약간 나풀되는 걸 입어도 된다. 한국 수영장은 몸에 달라 붙는 수영복이 아니면 입장을 거부하는 곳도 있었다.
Y를 J로 발음하는게 약간 남미 쪽(콜롬비아) 억양이라고 들었는데, 애리조나는 남미와 가까워서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걸 자세히 들으면 J 발음이 세어나오는 걸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Yes를 Jes로 발음.
미국의 티셔츠 사랑. 티셔츠에다 무슨 글귀 새겨서 입는걸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주마다 도시마다 티셔츠가 있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입고 다닌다. 자기가 직접 프린트 업체에 맡겨서 자기가 쓴 글귀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봤다.
미국은 건물 안 화장실의 변기칸이 대부분 아래 부분이 밖으로 뚫려있다. 테러 방지용으로 바닥이 밖에서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란을 다녀왔던 사람은 미국에 입국할 때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다. 비자를 발급 받을 때도 심층 인터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란 석유로 인한 국제 관계 때문이다. (나는 몰랐는데 친구가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애리조나의 미세먼지 없이 푸른 하늘이다. 한국은 이미 미세먼지에게 점령당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나는 하늘이 이렇게 푸른지 미국에 가서 처음 알았다.
~마지막은 우리집 강아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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