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블로그 도전기(2018.8-)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 와인 인터미디에이트 필기 합격하기 (24년 1차)

권세민 2024. 7. 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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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면서 이 시험을 준비하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어쩌다보니 취미로 KISA 와인 소믈리에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없는 "와알못"이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는지와 합격했는지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이란?

소믈리에(Sommeliers) 란 포도주 감별사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소개해주고 서빙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와인과 음식을 적절히 페어링해주고 가장 중요한 와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소믈리에는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많다. 나도 주류 업계 종사가 아니라서 처음 알았는데, 마스터 소믈리에(CMS에서 주관하는 세계 최고 소믈리에 단계, 2018년 기준으로 전세계 274명이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이 있다.)는 전세계 곳곳 와이너리에서 와인 등급평가 요청이 와서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고 한다.
 
# 다양한 소믈리에 자격증 (WSET vs CMS vs KISA)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마스터 소믈리에가 될 수 있을까? 자격증을 따고 소믈리에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면 된다. 그 첫 단계가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인데, 국제 공인 자격증으로는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와 CMS (Court of Master Sommeliers)가 있다. WSET는 Level 1~4까지 있는데, 1~3단계까지 국내에서 수강 가능하다. 가격은 대략 100만원~200만원이고 교육 시간도 이수해야한다. CMS도 4단계로 나눠져있는데 가격과 난이도가 WSET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 높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 쪽으로 알아보긴 했지만 높은 난이도와 시간, 교육비, 시험비가 꽤 많이 들어서 취미로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껴서 더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WSET CMS 자격증 비교. 출저 : https://winefolly.com/deep-dive/wine-sommelier-levels-what-they-mean/

 
나는 전문적으로 자격증을 준비해서 소믈리에를 직업 할 생각이 아니라 취미로만 하고 싶었다. 인터넷과 주변 사람들에 물어보니 공인 자격증이 필요한게 아니라면, 국내 민간 자격증으로 KISA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자격증을 추천해줬다. 2002년에 공식적으로 출범한 한국 와인 협회로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에서 와인 및 관련 수업을 하는 협회이다. (따라서 와인 자격검정 시험도 경희대학교에서 본다.) 나는 MJ의 권유로 KISA 와인 인터미디에이트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또한 KISA 와인 인터미디에이트는 취미로 하기 적당한 난이도와 금액(시험비)에서 다양한 걸 배울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와알못"의 생각이기에 WSET, CMS, KISA를 모두 보신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ㅠㅠ)
 
KISA 홈페이지
http://www.winekisa.com/front/kisa

KISA -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www.winekisa.com

 
# KISA에는 와인 말고도 워터, 티, 전통주, 사케 소믈리에 자격검정도 주관하고 있다. 내가 필기 시험을 보러갔을 때는 요즘 전통주가 유행인지, 전통주 부분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전통주 부문에는 시험을 많이 보러 오셨던 것 같다.
 

1.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  일정

1년에 3~4번 정도 보는 시험이다. 2024년의 경우 1차 필기는 2월, 2차는 5월, 3차는 7월, 4차는 10월 정도에 본다. (실기는 필기 시험 + 1주일 뒤 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정은 아래 테이블을 참고하면 된다. 모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며 필기는 50문제 (OX, 객관식, 주관식 단답형)이고 실기는 블라인드 테스팅(와인 5종), 서비스, 구술 면접으로 이뤄져있다. 필기와 실기의 내용이 어느정도 이어지기 때문에 필기를 보는 회차에 실기도 같이 보면 좋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음 회차로 미룰 수 있다. 필기 시험 합격일로부터 2년간 유효하다. 그러나 필기를 먼저 합격하고 나중에 실기를 준비하면서 느낀건데, 필기 실기를 같이 준비하고 한번에 보는게 훨씬 좋은 것 같다. 특히 실기를 준비할 때 필기 내용이 자연스럽게 준비되는게 많아서 실기와 필기를 따로 준비한다기 보다는 같은 시험이라는 마인드로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다.

2024년 소믈리에 자격검정 일정. 출저 : KISA 홈페이지

 

24년 1회차 필기, 실기 규정. 출저 : KISA 홈페이지

 
# 비용
인터미디에이트 자격검정 응시료는 필기 30,000원, 실기 120,000원, 도합 150,000원이다. 민간 자격증치고 조금 비싼 가격이긴 하다. 실기 시험에는 와인을 주기 때문에 와인 가격이 포함되어 가격이 좀 비싼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시험료 자체는 15만원이지만, 필기 책과 실기 때 마실 와인을 사야한다. 필기 문제집은 대략 20,000원 대이고, 실기 와인은 개별로 사면 70~80만원이다 (총 20병) 물론 모두 안먹어봐도 정답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경험이 많다면 다 사지 않아도 되지만 입문자의 경우는 거의 다 마셔는 봐야한다. 그러면 꼭 실기 와인을 모두 사는 방법 밖에 없을까? 아니다. KISA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와인 교육을 들어도 된다. 금년도에는 54만원 정도에 필기 실기 와인 교육을 진행했는데, 개인이 와인을 사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인 것 같다. 근데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소모임이나 동아리, 학회 등에서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서 와인 공동 구매하는 방법이다. 이렇게하면 돈은 절약하고 테이스팅은 강습보다 더 마음 껏 해볼 수 있다. 실기 준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쓰겠다.

소믈리에 자격검정 응시료. 출저 : KISA 홈페이지

 

이렇게 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신청해서 듣는 방법도 있다. 출저 : KISA 홈페이

 

2. KISA 소믈리에 와인 인터미디에이트 필기 시험 등록하기

와인의 경우 시험 등급이 영 > 인터미디에이트 > 어드밴스드 > 마스터로 넘어가는데, 입문자도 인터미디에이트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영 단계가 초급 단계이기는 하지만 고등학생이 보는 느낌이 강해서 보통 성인들은 인터미디에이트로 입문한다고 한다. 인터미디에이트 응시 자격은 따로 없이 누구나 와인에 관심만 있으면 응시 가능하다. 다만 어드밴스드로 넘어가면 관련 직종 재직 년수 등 응시 자격이 있기 때문에 취미로 하기에는 인터미디에이트가 가장 적당한 시험이다.
 
필기 시험은 대략 1~2달 전에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오며 그 때 등록하면 된다. 등록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되고 게시된 계좌번호로 입금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서울 외 다른 지역일 경우 응시생이 너무 적으면 서울(경희대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있으며, 응시 인원이 적당하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응시 마감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접수가 확정되면 KISA에서 웹 문자를 하나 보내준다.

KISA 접수 문자

 

3. 필기 시험 준비하기

KISA 와인 인터미디이트 과정은 필기 시험 100점 만점에 60점 통과 그리고 실기 시험 100점 만점에 60점 통과하면 최종 합격이다. 필기 시험은 OX 15문제, 객관식 25문제, 단답형 주관식 10문제이다. 60점만 넘으면 통과하기 때문에 달달 외울 정도로 공부해도 좋지만, 전체적으로 주요 포인트만 외우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2주 정도 하루에 한시간 씩 공부해서 합격 할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한 기본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기출문제를 한 번만 보고 가도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출문제 양이 많아서 시간은 꽤 걸린다.

KISA 홈페이지에 공지된 문제 유형

 
공부는 뭘로 해야할까? 필기 시험은 소믈리에 자격증 문제집 한 권으로 충분하다. 해당 문제집은 몇 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되는데, 나는 그 전 버전으로 공부했는데 큰 차이는 없었다. 한 권에 인터미디에트와 어드밴스드 문제도 같이 있어서 다 볼 필요는 없고 인터미디에이트 문제만 보면 된다. 실제 시험 문제는 문제집에 있는 문제와 똑같은 문제도 있고 살짝 변형된 문제도 있고 처음 보는 문제도 있었다. 처음 보는 문제들은 일부 고재윤 교수님의 책 "와인 커뮤니케이션"과 보편적인 와인 개념에서 나오는데, 합격이 목적이라면 문제집만 봐도 충분하다. 100점이 목적이라면 "와인 커뮤니케이션"까지 보면 좋을 것 같다. KISA 협회장 고재윤 교수님이 쓴 책으로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총망라 되어 있는 책이다. 나도 한 번 읽었는데 내용이 정말 방대하다.
 
필기 시험 공부해야 하는 책

  • 소믈리에 자격증 문제집 (필수)
  • 와인 커뮤니케이션 (옵션)

 

소믈리에 자격증 문제집. 나는 사본으로 공부했다.
문제집 안에는 이런식으로 문제가 나와 있다. 출저 : 와인 소믈리에 문제집
인터넷 서점에 파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검정 예상 문제집

 
공부해야할 내용만 딱 적힌 정리된 PDF 파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파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노트 필기를 해서 중요한 (반복되는) 내용을 정리하였다. 특히 와인 지역 부분은 지도에 표시하면서 보면 외우기 쉽기 때문에 노트에 한 번 정리해보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부르고뉴 아래 지방이 보졸레이고,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샤블리 지역인데 지도에 표시해서 눈으로 보면 훨씬 쉽게 외워진다.

책을 보고 여러 번 나오는 내용들은 노트에 필기로 정리했다.
당시에는 열심히 했는데 머리가 나빠서 지금 다시 보니 하나도 모르겠다...

 

4. 필기 시험 보러가기

필기 시험 안내 문자가 일주일 전에 오기 때문에 내가 등록이 안되었나, 시험 안내 문자는 언제오나 고민하고 있을 시기에 마침 안내 문자가 왔다. 필기 시험은 토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직장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되고 시간은 충분하다. 한 번 훓으면 정답이 나오거나 아예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빨리 풀고 나왔던 것 같다. 준비물 신분증을 꼭 챙기자.
 

  • 날짜 : 2월 17일 토요일 10:00 ~ 11:00
  • 장소 : 서울 경희대학교 호텔 관광학부 건물
  • 준비물 : 신분증, 검정색 볼펜

 

KISA 필기 시험 공지 문자. 필기 시험 일주전 발송

 

경희대 호텔 관광 대학 건물. 2월에 필기 시험을 보러 갔는데 날씨가 아직 추웠다.
필기 시험 안내 프린트를 보고 따라갔다.
A반에 들어가서 시험을 봤다. 같이 시험을 보는 분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기억을 더듬어서 1차 필기 때 문제집에 없는 내용을 시험 직후에 연필로 끄적여봤다. 다행히 해당 문제들을 다 틀렸지만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내가 틀린 내용을 주관적으로 적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는 내용이다.
 

  1. 한국 최초 스파클링 와인 : 그랑주아
  2. 1870년 스페인 제임스 토레스와 합작, 1979년 칠레에 설립 : 미구엘 토레스
  3. 와인 라벨은 프랑스어로 에티켓, 이탈리아어로 에띠께따
  4. 이탈리아 베네토 지방 : 발폴리첼라 와인
  5. 국내 최대 와인 생산 지역 : 충청북도 영동
  6.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요 생산 지역 : 몬탈치노, 끼안티, 몬테풀치아노, 볼게리
시험 직후 필기한 노트

 
 

5. 결과 발표

필기 시험을 보고 3일후에 결과 발표 문자가 온다. 그 때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확인하면 된다. 점수도 같이 확인 가능하며,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100점을 맞으면 교수님한테 연락이 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실기 신청은 필기 합격 후 바로 해도 되고 그 이후 차수에 등록해도 된다.

필기 결과 발표 및 실기 등록 안내 문자. 필기 시험 3일 후 발송

 
 

홈페이지 결과 확인. 실기는 거의 턱걸이로 합격했다.

 

6. 실기 준비 및 여담

실기 준비는 시험 등록 -> 와인 실기 준비 (KISA 과정 등록 or 소모임 or 개별 준비) & 구술 준비 -> 시험 보러가기 순으로 진행된다. 실기 준비와 후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확인 가능하다. KISA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와인 상표를 보면서 마시게 되었고 와인이 도대체 뭔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냥 음료일 뿐인데 비싼건 수백만원을 넘고 그 맛을 감별하는게 직업으로 있을 정도인가... 다른 사치품은 입거나 걸거나 타고 다닐 수 있는데 와인은 한번 마시면 끝인데… 와인의 역사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잠깐 써보면서 마무리하겠다. (더보기란 확인)
 

더보기

# 와인의 역사 (브누아 시마, 다니엘 카사나브,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참조)

와인이란 무엇인가? 와인이란 무엇이길래 포도밭을 경작과 와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있을까?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이다. 와인의 범위를 넓히면 과실이나 꽃을 발효시켜 만든 술까지 포함된다.

노아가 와인을 경작하는 장면. 출저 :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와인의 역사는 정말 길고, 서양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우선 노아의 방주의 노아가 최초로 경작한 나무가 포도 나무이다. 그리고 최초의 와인 양조는 기원전 8000년 전 아나톨리아(오늘날의 터키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연구가 있다. 신기했던게 인류는 와인 양조를 먼저 하였고 그 다음에 포도 경작을 하였다. 이 때는 야생 포도를 따서 도기에 담아서 발효시킨 포도즙 형태로 예상된다. 발효시킨 포도주로 시작해서 와인이 점점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포도 경작도 시작하여 기원전 2000년 경에는 와인 문명이 자리를 잡는다.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이 구분되었고 양조법도 다양하게 발전했다고 한다. 시간이 더 흘러 기원전 2세기 로마 시대로 가면서 이미 그랑 크뤼 클라세 (프랑스 와인 등급) 등급이 생기고 고급 와인에 따른 가격 차이, 운송, 보관법이 자리잡게 된다.

고대 그리스 암포라. 출처 : 위키피디아

 

기원전 16세기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미 와인 수출입 산업은 활발했다고 한다. 와인을 "암포라"라고 하는 도기에 담아서 진흙으로 마감하고 바다 건너까지 배를 타고 보냈다. 그리고 와인셀러 역할을 하는 지하실에 이 암포라들을 쌓아두고 먹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도기 대신 유리병을 쓰게되고 진흙 대신 코르크 마개를 쓰면서 샴페인(발포성 와인)을 개발하게 되고 와인 양조는 더욱 발전하게 된다. 또한 구세계(유럽)에서 신세계(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로 포도 나무와 양조법이 전파되면서 지금의 와인 산업의 모습을 갖춘다.

 

# 와인 소믈리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와인을 마시면서 느끼는 거지만 와인은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 범주를 따져보자면 모든 주류가 사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와인은 와인잔, 와인셀러, 소믈리에 등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와인 잔은 다른 잔에 비해서 확실히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깨지기 쉽고, 부피가 커서 보관할 때 자리차지를 많이 함), 와인 병도 각자 개성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와인 병은 유리지만 재활용 수거품에 포함이 안되고 맥주병과 소주병은 공병 수거가 가능하다. 이렇게 사치라고 생각되는 와인이 어떻게 세계 주류 시장 / 요식업계에 큰 축이 되었을까?

 

첫 번째로 역사이다. 와인은 기원전 부터 시작해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예전부터 친근하게 접해왔던 음료인 것이다. 그래서 사치품으로 와닿기보다는 그냥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기호 식품, 더 나아가서는 필수품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로마에서는 당시에 깨끗한 물이 드물어서 물 대신 와인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 했듯이 단순히 수십년의 시간이 아니라 수 천년에 걸쳐서 와인을 양조해왔기 때문에 와인은 서양사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머니, 그 위로 수많은 세대를 거쳐왔기에 자연스럽게 주류 시장을 장악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많고 많은 술 중에서 포도주인가 하면, 유럽/아프리카 지역의 수천년 전 포도는 지금의 포도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당시의 포도는 껍질이 두껍고 단맛이 약했다. 따라서 그냥 먹기가 어려우니 으깨서 발효시켜서 먹을 시도를 하게되고 또 그렇게 먹는게 더 맛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만약 유럽/아프리카 지역의 포도가 지금처럼 달고 껍질이 얇았다면 아마 다른 과일이나 곡물로 양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로 와인은 포도 품종과 원산지에 따라서 색깔, 향, 맛이 천차만별이고 가격이 그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나는 처음에 와인 얘기만 하면 품종은 뭐고, 어느 나라꺼고 이런 얘기를 하는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원산지에 따라서 품질(맛)을 구분하지 않으면 정성 들여 와인을 만든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과 차별을 둘 수 없어, 어떻게 보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기원 전부터 어느 지역 와인이 맛있고 포도 품종은 뭘 썼는지 이런 것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당시에는 잘 만든 와인과 못 만든 와인의 차이가 컸다. 못 만든 와인은 이물질이 잘 걸러지지 않았고, 신맛이 너무 튀며, 병입 방법도 현대적이지 않아서 와인의 오염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보관 방법 또한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장기 보관하려고 바닷물을 와인에 섞었다고 한다. 이렇게 바닷물 섞은 와인은 아마 지금 와인과 비교하면 맛이 천지차이일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소위 구세계 와인 종주국들이 와인의 품질, 원산지, 포도 품종 등을 구분하는 것이 가격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는 최근 몇 백년 사이에 이뤄진 과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현재는 와인 제조 기술이 모두 상향 평준화 되었고 이에 따라서 맛과 품질도 상향 평준화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사는 와인들은 모두 각 지역에서 수출용으로 상위 등급을 선별한 것으로 품질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 만원대 와인과 몇 백만원대 와인의 차이는 복잡 미묘한 취향 차이와 와인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품질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음식과 함께 한 끼 맛있는 식사를 즐기기에는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와인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구세계(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유럽)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서구 열강 체제에 돌입하면서 유럽의 선진국들이 가장 먼저 바다로 나가서 전세계의 패권을 다퉜다. 그로 인해서 다른 대륙에도 와인이 많이 퍼지고, 포도밭도 많아지게 된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한국이 열강이 되었다면 김치, 막걸리, 동동주 이런 것들이 세계적인 주류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나 혼자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이 막걸리는 이천 00읍의 논에서 생산된 00쌀로 만든 막걸리인데 거기 퇴비는 뭘로 주고 쌀은 몇년 숙성했으며 막걸리 메이커 000이 주조한 한국 막걸리 등급 중에서 최상 등급의 막걸리입니다" 이런 단어로 막걸리를 소개했을 수 있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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