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블로그 도전기(2018.8-)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 와인 인터미디에이트 실기 후기 (24년 3차)

권세민 2024. 7. 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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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와인 소믈리에 필기 시험을 합격하고 실기 시험 준비와 후기를 적어보려한다.

어쩌다가 보게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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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믈리에 자격검정 필기 시험

필기 시험은 1년에 3~4번 보게되며 KISA 소믈리에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청 및 결과 발표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24년도 1차 필기 시험을 보고 조금 쉬었다가 24년도 3차 때 실기 시험을 봤다. 앞 포스팅에서도 말했었는데 내용이 겹치고 연속적인게 있어서 필기와 실기를 같이 준비하고 보는 걸 추천한다. 왜냐하면 그냥 외우는 것보다 와인을 직접 맛 보고 이게 포트 와인의 강한 도수 느낌이구나, 이게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잔디 깎은 향이구나 외우면 더 오래 가기 때문이다.
 
2024.07.01 - [요리 블로그 도전기(2018.8-)] -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 와인 인터미디에이트 필기 합격하기 (24년 1차)

KISA 소믈리에 자격검정 와인 인터미디에이트 필기 합격하기 (24년 1차)

제가 살면서 이 시험을 준비하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어쩌다보니 취미로 KISA 와인 소믈리에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와인에 대해서 전혀 아는게 없는 "와알못"이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

kwonsemin.tistory.com

 
 

1. 소믈리에 자격검정 실기 등록하기

실기도 필기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등록이 가능하다. 연말이나 연초에 한 번씩 연간 계획이 올라오는 듯하며 시험 등록 기간에는 팝업창이 떠서 해당 경로로 신청 가능하다. 반면 실기 시험에 해당하는 와인 리스트는 좀 더 늦게 업로드 되는 것 같다. 24년의 경우 4월이 넘어서야 업데이트된 와인 리스트가 올라왔다.

http://www.winekisa.com/

KISA -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Contest [공지] 2024년 포르투갈 와인 대회, 헝가리 와인 대회 ‘결선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리스트’ 안내 2024.08.12 MORE

www.winekisa.com

 
 

KISA 와인 소믈리에 시험 등록 절차. 출저 : KISA 홈페이지

 

2. 실기 준비하기

실기 시험은 우선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5종 (50점), 서비스 (40점), 구술 (10점)으로 배점이 된다. 합격도 필기와 같이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여기서 가장 배점이 높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20종의 와인 리스트 내에서 나온다. 따라서 해당 시험을 준비하려면 20종의 와인을 다 마셔봐야한다. 와인을 평소에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헷갈리는 종류만 사서 마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와인은 특징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제외한다든지 등 ) 그러나 나는 와인의 상표를 한번도 보고 마신 적이 없는 와알못이기에 20종을 전부 사야했다.

실기 시험 평가 항목. 출저 : KISA 홈페이지

 
#서비스(40점)
서비스는 실제로 레스토랑의 직원이 되어서 와인을 설명하고 오픈하고 손님들(물론 가상의 손님이다.)의 잔에 채워주는 것까지 서비스를 직접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여기서 와인을 따는 것 뿐아니라 실제 레스토랑에 있는 것처럼 설명도 해주고, 실제 손님이 있는 것처럼 해야한다. 나는 이걸 모르고 가서 와인을 딴 뒤 어떻게 할지 몰라서 많이 어버버 했었다. 서비스는 다른 사람 앞에서 와인을 설명해보고, 와인을 오픈하고, 잔을 채우고, 순서를 까먹지 않도록 2~3번만 연습하면 점수를 어느정도 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와인 오픈하는 연습만하고 잔을 채우는 연습, 와인 설명하는 연습을 못했었는데 꼭 하는 걸 추천한다.
 
와인 오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교재에도 있고 유튜브에 와인 오픈하는 법을 검색해서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연습하면 된다. 나도 처음에는 와인 오픈을 깔끔하게 못했었는데 한 30병 정도 따보니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와인 오프너는 시험 볼 때 자기걸 챙겨가서 써도 된다. 시험장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오프너는 별로 좋은 오프너는 아니였다.
 
서비스에서 중요한 또 한가지는 복장이다.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하는 걸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레스토랑 맞는 복장을 입고 가야한다. 정장이나 정장에 준하는 깔끔한 복장을 입어야 한다. 내가 시험보러 갔었을 때도 거의 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정확히 복장 점수가 몇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입기만하면 주는 점수이니 꼭 입고 가는 걸 추천한다.
 
#구술(10점)
마지막으로 구술은 서비스를 보기 전에 현직 소믈리에가 직접 2~3 질문을 한다. 문제들은 필기 시험 때 나왔던 항목에서 디테일한 것부터 일반적인 것까지 전체적으로 물어본다. 예를 들어 "소믈리에란 무엇인가요?" 이렇게 주관식 서술형으로 물어보고, "3대 귀부 와인은 뭔가요?" 라고 단답으로 대답할 수 있게도 물어본다. 나는 혼자 공부했고, 내가 들어간 시기에만 질문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는 모른다.
 
#와인 테이스팅(50점)
서비스와 구술은 혼자 준비할 수 있지만 와인 테이스팅은 혼자 준비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우선 와인 20종을 다 마셔봐야하는데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혼자 20종의 와인을 오픈하게 되면 혼자 20병을 다 마셔야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와인 테이스팅은 KISA 교육과 소모임/학회 등을 통해서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물론 나는 시간도 부족하고 소모임/학회에 나가긴 어려울 것 같아서 개별 준비를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와인을 처음으로 20병 넘게 사보았다.

  • KISA 교육 : 출제 기관에서 직접하는 교육. 가격은 54만원 (필기 이론 교육 + 실기 교육)
  • 소모임/학회 :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20종을 공동 구매하여 마시고, 서로 시험 준비를 공유할 수 있음. 가격은 모이는 사람에 따라서 10만원 아래로 형성될 수 있음.
  • 개별 준비 : 혼자 와인을 20종 구매. 금액 약 80만원 이상
KISA 자격 검정 대비 교육. 출저 : KISA 홈페이지
KISA 자격 검정 대비 교육. 출저 : KISA 홈페이지

 
#Blind Sheet (정답지)
시험장에 가면 잔에 담긴 이름 모를 와인과 Blind Sheet가 놓여져 있는데 그 와인에 해당하는 Blind Sheet에 정답을 채워서 제출하면 그걸로 채점을 하게 된다. KISA 홈페이지에 가면 시험에 해당하는 Blind Sheet를 인쇄할 수 있다. 연도별로 한 번씩 와인 리스트와 함께 업데이트되는 것 같다. 와인이 무엇인지 맞추는 것과 함께 투명도, 색상, 향, 당도, 산도, 타닌, 바디감 등을 기입해야 한다. Blind Sheet에도 가장 배점이 높은 항목은(15점) 품종, 생산국가, 생산연도이다. 해당 항목은 와인 별로 정답이 정해진 항목이기에 무조건 외워가는게 좋다. 그 외 투명도, 색상 등은 책이랑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름대로 맞춰서 Sheet를 채웠다. KISA 교육을 들었더라면 해당 항목도 다 정답을 알려줬을텐데 그 점은 혼자 준비하면서 조금 아쉬었다. 그래도 배점이 높은 항목들은 정답이 정해져 있기에 그 항목들 위주로 외웠다.
 
숙성 잠재력, 음식과 와인,서비스 온도까지 두번째로 배점이 높은 항목(10점)을 알아보겠다. 해당 항목은 점수를 거저 주는 항목으로 볼 수 있다. 숙성 잠재력은 모두 적정함으로 체크하면 무난하다. 대부분의 상업 생산 및 해외 수출 와인들은 숙성 잠재력이 적정한 기준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또한 KISA 와인 리스트가 특이한 와인 없이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음식과 와인은 레드 와인이면 붉은 육류/구운 채소 등을, 화이트 와인이면 생선/갑각류 등을, 스파클링 와인이면, 디저트/구운 채소 등을, 로제 와인이면, 붉은 육류/구운 채소/생선/갑각류 등을 선택하면 된다. 해당 항목은 정답이 정해진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장 무난하고 일반적인 붉은 육류, 구운 채소, 생선 등으로 조합을 짰지만, 다른 조합도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온도는 외우기 쉽게 3가지로 나눴다. 레드와인 15 ~ 16도, 화이트와인 11~12도, 스파클링 와인 6~8도. 물론 세부적으로 가면 풀바디 레드 와인 서비스 온도가 좀 더 높고, 단맛이 강한 화이트 와인은 서비스 온도가 좀 더 낮지만, KISA 와인 리스트는 전부 무난하다고 생각하여 3가지로만 나눴다.
 

KISA Blind Sheet

 

3.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 리스트

블라인드 테이스팅 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입문자 기준으로 작성하였으며 자세한 내용은 이어서 설명하고 입문자가 아니라면 바로 4번 항목으로 넘어가도 된다.

  • 맛/색/향을 "비교"할 수 있도록 최소 2종 이상을 같이 마시기
  • 와인을 마시기 전, 색상 (또는 기포 올라오는 정도), 향기로 먼저 구분하고 마시기
  • Blind Sheet 작성하면서 마시기
  • Blind Sheet의 항목 외에도 자기가 느낀 향, 맛을 메모해두기
  • 테이스팅 때는 많이 마시지 말고 거의 3~4 방울만 마시기
  • 처음 느낀 향기와 맛을 기억하고 시험장 가서도 처음 느낌으로 정답지 작성하기
  • 테이스팅은 실기 시험 날짜와 가까워졌을 때 하기

이론은 필기 때 배운 것과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면 된다. 그렇다면 실제 테이스팅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와인을 보통 식사 때는 한 병을 다 마시고 그 다음 병을 오픈하는데 테이스팅을 준비할 때는 여러병을 다 오픈하여 따라놓고 한 번씩, 아주 조금 마시면서 Blind Sheet에 메모하면된다. Sheet에 나와있는 항목 뿐만아니라 자기가 특별하게 느낀 맛이나 향이 있다면 그건 옆에 따로 메모해두는게 좋다. 그러면 시험장에 갔을 때 그걸 바탕으로 오히려 Blind Sheet를 외워서 정답을 작성할 수 있다. 나는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에서 막 깎은 잔디향보다는 이프로 복숭아 제로 향이 났었다. 그래서 시험장에서도 "이프로 복숭아 제로 -> 소비뇽 블랑 -> 정답지에는 막 깎은 잔디향 /고양이 오줌향 체크!"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와인은 여러 병을 같이 놓고 비교해가면서 먹는 걸 강력 추천한다. 그래야지 같은 레드 와인이라도 색의 진함이 확실하게 보이며, 향도 가죽향/스모키향 이런 것들이 잘 느껴진다. 화이트 와인 한잔과 레드 와인 한잔을 비교하면 당연히 레드가 진하고 풀바디 와인으로 보이고 화이트가 연하고 라이트 바디 와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레드 와인끼리 붙여놓으면 확실히 연한 레드와 진한 레드가 있기 때문에 그걸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두면 색으로만 벌써 여러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향도 마찬가지이다. 이어서 색과 향을 구분해도 여러 단서가 나오기 때문에 와인 테이스팅 전에 반드시 색과 향을 먼저 체크하고 맛을 봐야한다. 괜히 소믈리에들이 와인을 돌리면서 색과 향을 먼저 유심히 보는 것이 아니였다. 색이랑 향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스팅을 할 때는 진짜 맛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마셔야 한다. 왜냐면 5종만 마셔도 한모금씩 마시면 벌써 한잔을 마시게 되고, 그렇게 조금만 더 마시면 취해서 맛이 구분이 안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믈리에들은 와인 테이스팅을 수십 잔씩 하기 때문에 와인을 다 뱉어버리는 소믈리에도 많다고 한다. 실기 때도 와인을 뱉을 컵을 따로 주기도 한다. 그래서 테이스팅 때도 정말 맛이 느껴질 정도로만 마시면서 연습해야 한다. 그래도 2~3바퀴 돌리면 어느 새 취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KISA 공식 와인 리스트 20종
실기 와인 리스트 중에서 1종의 와인이 품절로 인해서 바뀌었다. 근데 홈페이지에서는 와인 리스트가 변경되었다고 공지를 안해줘서 나는 없는 와인을 찾느라 꽤나 힘들었다. 그러다가 KISA 와인 구매처인 봉주 상회에 직접 컨택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가격도 다른 와인 판매처에 비해서 약간 저렴해서 봉주 상회에서 사는 걸 추천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렇게 바뀐 리스트를 알려면 나같이 혼자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봉주 상회에서 알 방법 밖에 없었다. 봉주 상회에서도 KISA와 연결이 되어있어서 KISA 와인 시험 준비한다고 하면 리스트를 제공해준다.

2024년 홈페이지 기준 와인 리스트

 

내가 구입할 당시 봉주상회에서 전달받은 와인 리스트와 가격

 
#와인 리스트 분석
분석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20종 중 나올 만한 와인이 어떤게 있을지 생각해본 결과이다. 크게 구분하면 스파클링 1종, 로제 2종, 화이트 7종, 레드 10종이다. 그래서 스파클링과 로제는 색과 기포를 보고 맞출 수 있으니 안나오고 레드와 화이트에서 블라인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마셔보면 알겠지만 한국 와인은 맛이 정말 확실하게 구분된다. (와인을 처음 마신 사람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 그래서 나는 한국 와인도 안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근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4년 3차 실기에서는 로제 1(한국 와인), 레드 2, 화이트 2가 나왔다. 네이버에 다른 후기를 보니 로제와 한국 와인이 자주 출제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와인이 나오면 거저 주는 문제구나하고 맞추면 된다.
 
또한 나의 두 번째 예상은 아무래도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이 골고루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중에서는 꼭 나올 것 같았다. 또한 나라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은 무조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교재와 책에 프랑스 - 피노누아, 독일 - 리슬링, 호주 - 쉬라즈, 이탈리아 - 산지오베제, 아르헨티나 - 말벡, 뉴질랜드 - 소비뇽블랑, 미국(캘리포니아) - 샤르도네, 이탈리아 - 산지오베제, 스페인 - 템프라니오 조합은 정말 많이 등장했었다. 그래서 내가 출제자라면 이런 기본 조합에서도 꼭 낼 것 같았다. 다만 한국 와인처럼 맛이 확실치 않아서 실기에 나왔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나온 것 같긴한데.... 하여튼 이런식으로 어느정도 와인리스트를 사전에 분석해도 좋을 것 같다. 
 

KISA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을 집에서도 지인들과 함께 5병을 마셔봤다.
이렇게 레드와인 5종으로 먹었는데 마시다보면 금방 취해서 맛 구별이 안간다.

 

이렇게 색을 비교하기 위해서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와인 리스트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아래 정리된 리스트를 보고 공부했다. 개인적으로 작성한 테이스팅 노트와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본 건데 25년에도 리스트가 비슷하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와인을 계속 마시면서 실기를 연습해도 되지만 그러기엔 돈과 시간이 부족해서 2~3병을 제외하고는 한 번만 마시고 시험을 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처음 마셨을 때 구분이 제대로 안된 와인은 두 번째 마셔도 맛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그냥 한 번씩만 마시고 시험을 봐도 될 것 같다. 다만 시험보기 너무 오래전에 마신 것들은 까먹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전에 몰아서 마시고 시험보는걸 추천한다.
 

2024 KISA 와인 리스트 (최종) - 240727 업데이트 (1).pdf
0.12MB

 

2024 KISA 와인 리스트 (최종) - 와인 색상(수정).pdf
1.26MB

 

4. 실기 시험 후기

준비물 : 신분증, 검정 볼펜, 소믈리에 복장에 준하는 복장 (정장)
화창한 여름날 토요일, 나는 정장을 입고 9시 직전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장을 입고 왔다. 여름이라서 날이 몹시 더웠는데 풀정장을 입고 온 사람도 몇 있었다. 실기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먼저하고 그다음 서비스 & 구술 시험을 같이 보게 된다. 핸드폰은 블라인드 시험 입장할 때부터 거두고 시험 전체가 끝날 때 반납해준다. 아마도 시험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1시간 보고 와인은 5종이 작은 잔에 담겨서 나온다. 물, 크래커, 와인을 뱉을 수 있는 종이컵, 답안지(Blind Sheet)도 같이 나온다. 나는 거의 한 시간을 다 채워서 와인을 마셨는데 빨리 끝난 사람은 거의 10분 만에 답을 쓰고 나갔다. 답을 먼저 쓰고 나가면 서비스와 구술을 공부할 수 있으니 먼저 쓰고 나가서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헷갈리는 블라인드는 고민해도 답이 안나온다. 시험은 로제 1, 레드 2, 화이트 2종이 나왔고 나는 독일 - 리슬링, 뉴질랜드 - 소비뇽블랑, 한국 - 오미자, 미국 - 메를로, 스페인 - 템프라뇨로 정답을 제출했는데 확실하지 않다. 시험이 끝나고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한국 와인 오미자가 나온 것은 확실하다. 너무 맛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끝나면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다. 그리고 10시가 되니 이름 순으로 3인 1조씩 다른 교실로 들어가서 구술 & 서비스 시험을 봤다. (오프너를 가져온 사람은 이 때 주머니에 오프너를 넣어서 가져가면 된다.) 구술 시험을 먼저보고 서비스 시험을 본다. 심사관은 3명인데 나이 많으신 분 두 분, 젊으신 분 한 분이었다. 젊으신 분이 현직 소믈리에로 보였고 구술 시험을 직접 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메뉴판과 원형 테이블에 빈 와인잔 4잔이 놓여있고, 원형 테이블 맞은편인 준비 테이블 위에 와인 한 병이 놓여져있어 실제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처음 구술 질문은 메뉴판을 보고 메뉴에 맞는 와인을 추천(마리아주)해주는 것이었다. 첫 번째분은 샐러드(에피타이져)였고 나는 소고기 스테이크(메인),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분은 디저트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첫 번째분은 화이트와인을 추천했는데 현업자분이신지 내가 모르는 품종의 와인을 아주 자세한 이유를 들어서 추천해줬다. 나는 시험에도 나왔던 아르헨티나 말벡을 추천했고 소고기 스테이크의 느끼함을 말벡의 타닌감이 잡아준다고 얘기했다. (필기 공부 교재에 그대로 나온 내용). 마지막 분은 디저트를 샴페인과 추천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구술 시험에 대해서 개인당 2가지 질문을 물어봤다. 어떤 질문인지는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겠다.
 

  • 떼루아란?
  • 소믈리에란?
  • 세계 3대 귀부 와인은?
  • 메리티지 와인이란?
  • 세계 3대 주정 강화 와인은?
  • 샴페인 뀌베 등급에 대한 설명

나는 이중에서 세계 3대 귀부와인과 메리티지 와인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3대 귀부와인을 객관식으로만 공부해서 그런지 주관식으로 답하려니 기억이 안났다. 독일의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 헝가리 토가이까지 두 개 말하고 나머지 한개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니, 소믈리에 분이 힌트를 거의 다 줘서 마지막 프랑스 소테른을 맞출 수 있었다. 내가 모르겠다고 죄송하다고 했는데도 힌트를 계속 줬었다.
 
그 다음은 서비스인데 감점이 정말 많이 되서 나는 떨어질 줄 알았다. 서비스는 가상에 손님 4명이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와인을 설명해주고 따라주는 것이다. 아래는 와인 서비스 순서를 적어보겠다.
 

  1. 와인을 오픈하기 전 호스트에게 가서 인삿말과 함께 이 와인과 빈티지가 맞는지 상표를 확인시켜준다.
  2. 와인이 맞으면 와인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준다.
  3. 다시 준비 테이블로 돌아가서 와인을 오픈한다.
  4. 와인을 가져가서 호스트에게 테이스팅으로 한 모금 마실 수 있게 조금 따라준다.
  5. 호스트가 와인을 마시면 시계 방향으로 와인을 적정량 따라준다.
  6. 와인을 따를 때는 와인 병 바닥을 한 손으로 잡고 와인 잔에 안닿게 따라야 한다.
  7. 이 모든 건 앞에 가상의 손님이 있다고 생각하고 해야한다.

첫 번째분은 거의 완벽하게 했고 세 번째분도 좀 빼먹긴 했어도 깔끔하게 잘했었다. 근데 나는 앞에 순서를 다 빼먹고 4,5번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와인 따는 것만 연습했지 따르는 것과 와인 설명하는 건 아예 몰랐기 때문이다. 막상 옆에 곁눈질로 보면서 따라 할 순 있었는데 너무 티가 나고 긴장해서 따라하지도 못했다. 긴장하니 와인을 한 손으로 따르는 것도 까먹고 어느 새 소주처럼 두 손으로 따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준비 테이블에서 와인을 따야하는데 손님 앞에서 나는 와인을 따서 시작부터 넋이 나간 채로 포기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와인을 준비 테이블에서 따려고 했는데 양옆에 분들이 다 와인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도 같이 따라가서 손님 앞에서 까주고 있었는데, 양옆에 분은 와인 확인만 시켜주고 다시 준비 테이블로 들어간 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손님 앞에서 까고 있었다... 하여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까지 마칠 수 있었다. 서비스를 한 다음에도 좀 더 질문이 있었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물어봤었다. 그래서 나는 가망이 없구나 라고 생각했고 와인 서비스 연습을 안한게 너무 후회됐다.
 

여름날 경희대 호텔 관광대학 앞에서 찍은 사진
안내문을 따라서 들어갔다.
시험은 와인 A반에서 봤다. 열 몇명이서 같이 시험을 봤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교실 앞에 붙어있는 좌석 배치를 보고 앉으면 되고, 구술은 따로 이름을 불러준다.

 
 

5. 실기 시험 결과 및 마무리

시험 결과는 3~4일 후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자로도 알림이 간다. 점수도 같이 볼 수 있는데 떨어질 줄 알았던 나는 정말 다행히 턱걸이로 합격했다. 떨어졌으면 어떻게 또 블라인드를 준비하지 하는 마음에 걱정이 매우 컸었는데... 정말 한시름 덜었다. 이번 시험을 통해서 와인에 대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배웠다. 몇 년전만 해도 나는 와인의 종류도 몰랐고 와인을 먹는게 사치 또는 허영심으로 보였다. 그런 생각이 아직 일부 있긴하지만 그래도 와인의 역사와 소믈리에에 대해 알게되니 와인을 왜 먹는지는 알 것 같다. 특히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을 조합해서 같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맛있게 먹은 경험이 많아서 어떤 음식을 먹을 때는 이건 와인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의 전통주도 분명 맛있는 게 많은데, 와인에 비해 역사가 길지 않고 세계적이지 않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같아서 전통주 산업이 더 번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협회 사무국에서 보낸 결과 알림 문자
실물 자격증이 거의 2달 정도 뒤에 택배로 온다. 유효기간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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